울산웨딩박람회 준비 체크포인트
결혼식이 뭐 대단한 일인가 싶다가도, 막상 내 차례가 오니 정신이 쏙 빠졌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드레스 라인 이름을 절반도 못 외운다. 그래도 촘촘히 적어놓으면 언젠가 머리에 들어오겠지,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메모장을 열었다. 이번 주말, 드디어 울산웨딩박람회에 간다. 여기저기서 ‘가면 진짜 도움 된다’고 해서 가보는 건데, 사실 불안도 크다. 뭐라도 놓칠까 봐.
그래서 어제 퇴근길 버스 안에서, 또 집에 와서 양치하다가, 심지어 새벽에 화장실 가다 말고… 계속 중얼거리며 체크리스트를 썼다. 이 글은 그 결과물이다. 완벽하진 않아도, 솔직하고 꾸밈없는 내 기록. 나중에 나처럼 우왕좌왕할 누군가에게도 작게나마 등불이 되길 바라며, 투박하지만 있는 그대로 적어본다 🙂
장점·활용법·꿀팁
1. 실물 비교가 한자리! – 발품 대신 박람회 품
인터넷 사진만 믿고 계약했다가 실제로 보니 느낌이 확 다른 경우, 친구들 사이에서 종종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엔 실물 먼저 보기로. 박람회 한 바퀴 돌면서 드레스, 예물, 스냅사진까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발품이 아니라 ‘박람회 품’이라니, 다리도 덜 아프고 시간도 절약되고. 단,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같은 브랜드를 두 번 스쳐도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 메모 앱 열어놓고 브랜드 이름 뒤에 느낌표 하나라도 찍어 구분하기로 했다. ‘와우’ 두 개면 마음에 든 곳, ‘흠…’이면 미지수.
2. 현장 할인, 그냥 지나치면 손해
나는 평소에 ‘할인’이라는 단어에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박람회장에서도 마찬가지일 테다. 문제는, 할인이 좋아 보여 덜컥 계약했다가 나중에 숨겨진 옵션에 울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세운 룰.
- 할인 폭에 혹하면 안 된다. 원가 대비 최종 금액을 따져본다.
- 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은 안 믿는다. 반드시 메모하거나 문자로 남기기.
- 집에 와서 다시 한 번 계산 후, 쿨링오프 기간 활용.
간단하지만, 이 세 가지 챙겼다고 마음이 꽤 든든해졌다.
3. 시간표 짜기, 과하게! – 안 그러면 멘붕
작년 박람회 다녀온 선배가 말해줬다. “너무 넋 놓고 다니다가 중요한 부스 놓칠 수도 있어, 진짜!” 그래서 나는 두 시간 단위로 동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처음엔 ‘이게 과한가?’ 싶었는데, 시뮬레이션 해보니 겹치는 프로그램이 많더라. 특히 드레스 피팅 체험은 시간표가 순삭. 미리 예약 전화 돌려두면 기다리는 시간 줄어든다.
4. 같이 갈 사람 리스트 – 엄마 vs 친구 vs 예비신랑?
처음엔 다 같이 가면 든든할 줄 알았다. 근데 각자 취향이 다르니 의견도 제각각. 서로의 취향이 상처가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예비신랑이랑 단둘이 가기로 했다. 둘이 상의하고, 엄마는 영상통화로만 보여드리기로. 아직 조금 걱정되지만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 중이다.
단점
1. 지나친 정보 폭탄
박람회는 선택지를 넓혀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택장애를 극대화한다. 작년 공개된 부스만 300개가 넘었다는데, 이번에도 얼추 비슷하단다. 그렇게 많을 줄 모르고 대충 적어간 나는 결국 헤맸다. 언뜻 흥미로운 부스를 놓치고 똑같은 설명을 세 번 듣는 바람에, 다리보다 귀가 먼저 지쳤다. 하하;
2. 현장 계약 압박감
“오늘만 이 가격!” “지금 계약하시면 사은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러다 보면 냉정함을 잃기 쉽다. 나는 결국 스냅 촬영 계약서를 눈앞에 두고도 싸인 못 했다. 마음이 콩닥거렸지만, 우선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 보고 전화할게요’라고 말하고 나왔다. 그 순간 살짝 바보 된 느낌? 하지만 다음 날 생각해 보니 잘했다 싶었다. 현장 열기에 취해 큰돈이 오가는 계약을 결코 가볍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배웠다.
3. 실수: 발 아플 줄 알면서 구두 신고 감
웃긴 얘기 하나. 나는 웨딩드레스에 어울릴 구두를 맞춰보겠다고 새 하얀 힐을 신고 갔다가, 세 시간 만에 물집이 터졌다. 결국 편의점에서 발바닥 패드 사고… 친구한테 “멋부리다 고생했지?”라는 놀림까지. 다신 그런 실수 안 하리라.
FAQ
Q1. 체크리스트는 얼마나 세세하게 적어야 할까요?
A. 나는 항목을 ‘드레스’, ‘스냅’, ‘예물’처럼 큰 카테고리로 나누고, 그 안에 하고 싶은 질문을 다 적었다. 예를 들어 드레스라면 ‘핏 수정 가능?’ ‘추가비용?’ ‘촬영용 별도 대여?’ 같은 식이다. 많아 보여도, 현장에선 시간 없어서 다 못 물어본다. 그러니 오히려 세세할수록 놓치는 게 줄어든다.
Q2. 예산은 어떻게 정했나요?
A. 처음엔 별 계획 없었다. 그냥 ‘싸면 좋지’ 정도. 그런데 상담받을 때마다 금액이 달라져 머리가 어질. 그래서 둘이 앉아 최대 지출 한도를 적었다. 예) 드레스 200만 원, 스냅 150만 원… 이런 식. 넘으면 집에 돌아와 다시 계산. 직접 적어보니 ‘이건 욕심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
Q3. 동행인을 설득하려면?
A.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예비신랑이 ‘귀찮다’며 한 번 거절했었다. 그래서 박람회 후기 블로그 몇 개 보여주고, 현장 이벤트로 커플 촬영 체험도 있다니까 덜컥 OK. ‘가면 커플 사진 한 장 건질 수 있다’는 말이 통했다. 사람마다 설득 포인트가 다르니, 상대가 좋아할 요소를 찾아 제안해 보길.
Q4. 주차나 대중교통 팁은?
A. 울산대공원 컨벤션홀 기준 주차장이 넓어 보여도, 주말 오전 11시 넘으면 빈자리 찾기 어렵다. 나는 10시 조금 넘게 도착해 맨 앞자리에 댔는데, 30분 뒤 도착한 친구는 입구에서 15분을 헤맸다. 차라리 KTX 울산역에서 셔틀버스 타는 방법도 추천한다. 버스 타면 주차 스트레스가 없다.
Q5. 사전예약 꼭 해야 할까요?
A. 강추한다. 사전예약하면 입장 줄이 짧고, 가끔은 웰컴 기프트도 준다. 나는 웬일인지 예약 완료 문자를 못 받아서 당일 아침에 잠깐 당황했는데, 현장 직원이 “전화번호 다시 확인해 볼게요” 하며 바로 해결해 줬다. 그 작은 해프닝 덕분에 긴장은 했지만, 직원 친절도 미리 체험하는 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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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고 보니, 여전히 배울 게 산더미다. 그래도 글 쓰며 머릿속이 한결 정리된 느낌. 혹시 이 글 읽는 당신도 곧 박람회 갈 예정인가? 그럼, 발 편한 신발부터 챙기자. 그리고, 내 실수도 한 번쯤 떠올려 주면 좋겠다. 우리가 모두 조금 덜 헤매길 바라면서, 이만 메모장을 덮는다. 다음 기록은 박람회 당일, 또 다른 실수와 웃음으로 채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