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웨딩박람회에 가기 전, 커피 한 잔의 설렘을 꾹꾹 눌러 담아서

부산웨딩박람회 준비 가이드

비 오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탄 우산을 들고 나섰는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다 말고 “아, 청첩장 견본 챙겼나?” 하고 중얼거렸다. 역시나 안 챙겼다. 다시 현관문 비밀번호를 꾹꾹, 한 박자씩 늦게 눌러 귀가. 이렇게 소소한 실수로 하루를 시작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왜일까? 아무튼 그렇게 우산은 젖고, 나는 두 번 출근(?) 해서야 겨우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이번 주 메모장은 온통 ‘부산=바다=결혼=돈’ 같은 단어로 덕지덕지였다. 그중에서 형광펜으로 세 번이나 덧칠해 둔 일정, 바로 부산웨딩박람회 방문. 지난달에야 상견례를 마친 따끈따끈한 예신이라, 웨딩이라는 단어만 봐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지갑 사정은? 글쎄… 숫자는 여전히 무심히 마이너스를 향해 기울지만, 어쩐지 오늘은 ‘될 대로 되라’ 모드였다.

장점·활용법·내가 건진 꿀팁

첫째, 공짜라고 해도 믿을 뻔한 특전들

도착하자마자 안내 데스크에서 스티커를 휙 붙여 주는데, 그 스티커 하나가 VIP 프리패스로 변신한다. 드레스 투어권, 스냅 촬영 할인권, 그리고 웨딩카 시승권까지. “진짜 다 주는 거 맞아요?” 하고 몇 번이나 물었다. 직원분이 환하게 웃으며 “네, 사기 아니에요”라는데도, 나는 괜히 고개를 갸웃. 결국 특전은 현실이었다. 아직도 손목에 남은 스티커 자국을 보며 흐뭇해한다, 히히.

둘째, 모르면 손해인 동선 전략

솔직히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같은 부스를 세 번 지나쳤고, 예비신랑은 ‘왜 또 여기?’라는 눈빛. 그래서 급히 카페 코너에 파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들이켜며 동선 메모를 다시 짰다.

  • 드레스 구역 → 플라워&데코 → 스냅 사진 → 한복 → 허니문 순서로 돌기
  • 계약 상담은 “잠깐만요, 저희 한 바퀴만 더”로 미루기
  • 팜플렛은 전부 받지 말고, 마음 끌리는 곳만 “O” 표시

이렇게만 해도 발바닥 피로가 절반은 줄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대부분 커플이 초반에 스냅 견적서에 홀려 시간을 다 써버린다고. 나? 그 늪은 겨우 빠져나왔다. 😅

셋째, 예비신랑의 갑작스런 표정 변화

이번 박람회의 가장 큰 수확은, 예비신랑에게서 “드레스 예쁜데?”라는 문장을 이끌어낸 순간이었다. 사실 그는 패션엔 1도 관심 없는 사람인데, 라벤더빛 A라인 드레스를 본 순간 눈이 반짝했다. 나도 덩달아 어깨춤. 그날 집에 돌아가서도 “그 라벤더 드레스 말인데…” 하며 둘이 휴대폰 사진을 확대·축소 삼천 번. 버스 안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심지어 양치질하다가도. 웨딩이란 게 이렇게 둘의 취향을 한 뼘씩 좁히는 과정이구나, 느꼈다.

넷째, 부스 속 작은 이벤트 활용법

인형 뽑기, 룰렛 돌리기, 즉석 폴라로이드. 관람객을 유혹하려는 상술? 맞다. 그런데 솔직히 재밌다. 나는 룰렛을 돌려 캐리커처 쿠폰을, 신랑은 인형 뽑기 실패로 조그만 곰돌이 뱃지를 얻었다. 그 곰돌이 지금 내 파우치 지퍼에 달려 있다. 이런 잔잔한 기념품이 나중에 두근거림을 환기해 준다는 걸, 누가 알았을까?

단점, 그래도 솔직하게

사람에 치이기 직전

점심시간 이후엔 발 디딜 틈이 없다. 허니문 상담 부스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서 ‘놀이공원 기다림’의 기억이 툭 튀어나왔다. 숨이 턱 막혀 돌아섰고, 결국 우리는 근처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삼각김밥으로 연명했다. 웨딩 준비가 로맨틱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라면 냄새 섞인 멸치 주먹밥도 추억이 된다.

지출 계획 흔들림

애초에 예산표를 가지고 갔지만, 눈앞에서 반짝이는 신상 드레스와 ‘오늘 계약시 30% 할인’ 같은 말에 떨렸다. 현실적으로 계약해도 될까? 한 번은 ‘사인!’ 하고 펜을 들었다가 예비신랑 팔짱에 살짝 찔려 제동. 물론 결국 다음 주에 다시 전화해 견적을 받아 왔으니, 누가 이겼는지는 비밀.

부산 토박이도 헷갈린 길 찾기

네이버 지도를 믿었는데 웬걸, 부스 정문이 아닌 창고 같은 뒷문으로 안내했다. 빗물 뚝뚝, 구두 뒤축이 젖어 찡그렸지만, 그 덕에 스태프들 준비 현장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무거운 플라워 박스를 낑낑 옮기는 모습, 어디선가 흘러나오던 ‘아로하’ 반주. 남들은 못 본 극장 뒤편을 본 듯한 뿌듯함이랄까.

FAQ: 내 지인들이 던진 질문 모음

Q. 주차 진짜 그렇게 헬인가요?

A. 솔직히 말하면, ‘헬’ 맞다. 우리는 아예 대중교통을 택했다. 지하철역에서 8분 거리라는데, 비 오면 체감 15분. 차를 가져간 친구 커플은 행사장 셔틀 운행을 이용했다지만, 대기열이 길어 땀을 뻘뻘 흘렸다더라. 만약 차를 꼭 가져가야 한다면, 인근 백화점 유료주차 후 도보 이동을 추천!

Q. 상담 없이 구경만 해도 되나요? 민망하지 않을까요?

A. 걱정 마시라. 나도 처음엔 ‘눈치게임’ 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스태프들이 워낙 합리적으로 대응한다. “저희 그냥 리스트업만 하고 갈게요”라고 솔직히 말하면 괜찮다. 대신 팜플렛이며 기념품이며 챙길 건 챙겨야 손해가 없다. 참, 커피 쿠폰도 꼭 받아라. 안 마시고 가면 두고두고 아쉽다.

Q. 계약 후 변심하면 환불 가능해요?

A. 각 업체마다 다르다. 대부분 7일 이내엔 위약금 없이 취소 가능하지만, 맞춤 드레스처럼 제작이 들어간 품목은 예외다. 나는 당일 계약을 피하고 ‘심야 회의’를 거친 뒤 다음 날에야 결정을 내렸다. 덕분에 밤 11시에 편의점 앞 삼각김밥 2차를, 또… 음, 이건 TMI인가.

Q. 꿀팁 하나만 더!

A. 휴대폰 보조배터리 필수. 사진과 영상 찍다 보면 배터리가 순식간에 20% 이하로 추락한다. 그리고 편안한 신발! 예쁜 구두 신고 갔다가 나처럼 물집 생기면, 박람회장 바닥에 쪼그려 앉아 밴드 붙이기 신세 된다. 부끄러워도 포기 못 한 스냅 촬영? 발끝은 이미 피멍..!

결국 웨딩 준비란, 찬란한 러브스토리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생생한 생활력의 기록이구나. 오늘도 메모장 위 숫자들은 춤을 추지만, 라벤더 드레스를 떠올리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그 설레는 경로에 서 있다면? 부디 비 오는 날에도 우산보다 두근거림을 더 챙기길. 그리고 지나치게 완벽하려 애쓰지 말길. 웨딩이라는 긴 여정에선, 작은 실수도 결국 반짝이는 에피소드가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