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을 타고 찾아온 나의 웨딩박람회 일정 탐험기

햇살이 살포시 유리창을 두드리던 어느 토요일 아침, 나는 눈을 비비며 달력 속 빨간 동그라미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서 작은 종이 울렸다. “드디어, 웨딩박람회!” 그 한마디가 나를 거실로 끌어당겼다. 설레는 마음에 양치도 서툴러 치약 거품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런 날도 실수 하나쯤은 괜찮겠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구두 한 짝이 다른 짝을 배신하듯 삐걱거렸다. 어쩐지 오늘도 사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도 모른 척, 고개를 빳빳이 들고 길을 재촉했다. 웨딩홀과 스드메 스튜디오 사진이 내 머릿속을 스치며, 꽃잎처럼 흩어졌다. 그 설렘이 얼마나 진했는지, 지하철 계단을 뛰어오르다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에 금이 간 것조차 뒤늦게야 깨달았다. 아이쿠… 하지만 이마저도 추억이겠지, 하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

내가 느낀 장점,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활용법

1) 한눈에 담기는 풍경 같은 혜택

박람회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백 개 부스가 꽃밭처럼 펼쳐졌다. 드레스를 만져보다가 레이스에 손이 걸려 실 끄트머리를 당겨버린 건 비밀. 하지만 그때, 담당자 분이 “체험해보셔야 진짜를 알죠”라며 웃어주셨다. 그 한마디 덕분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계약 전 견적서를 여러 장 비교할 수 있으니 시야가 트인다. ‘아, 내가 직접 확인해야만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쌓였다.

2) 체크리스트가 살아 움직이다

미리 적어 간 품목 리스트가 마치 춤을 추듯 수정됐다. 드레스·스냅·본식DVD·사회자까지… 어쩌다 보니 식장 조명 옵션까지 적어 넣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빛을 욕심내는 사람인지 깨달았다. 웃프다.

3) 예비 신랑의 의외의 진심 포착

“나 저거 해보고 싶어!”라며 그가 리본 부케 만들기 체험 부스로 달려갔다. 기대도 안 했는데, 커다란 손으로 작은 꽃을 다루는 모습이 귀여워 잠시 넋을 잃었다. 이런 소소한 사건이, 장점을 넘어 우리 관계에 덤으로 얹혀왔다.

4) 예상 밖 꿀팁, 놓치지 않기

사실 가장 유용했던 건 일정표 복사물이었다. 달력 모양 브로슈어에 박람회 이후 해야 할 일들이 날짜별로 적혀 있었는데, 그냥 보고만 오기엔 아까워 슬쩍 두 장 챙겨왔다. 아직도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어 있다. 가끔 열심히 준비 중이란 사실을 상기시키라고.

단점이라 쓰고, 웃픈 해프닝이라 읽다

1) 정보 과부하, 머릿속도 버퍼링

큼지막한 모형 케이크를 바라보다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프로모션 멘트가 내 뇌를 동시다발적으로 자극했다. ‘지금 계약하시면 할인!’ ‘추첨 이벤트!’ 귀가 쉴 틈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메모장을 꺼내 두고도 빈 페이지 그대로 집에 돌아왔다. 도대체 나는 뭘 기록하려 했던 걸까? 🥲

2) 손이 두 개뿐이라는 사실

부스마다 바구니에 담아주는 샘플, 카탈로그… 초반에는 욕심껏 챙겼지만 나중엔 팔이 떨어질 것 같았다. 결국 좋아 보이던 머핀 쿠폰을 흘려버렸다. ‘다음 박람회 땐 큰 에코백 하나 챙겨야지’ 그렇게 혼잣말했다.

3) 예산 기준선 흔들림 주의보

반짝이는 조명 아래선 가격표도 은근 반짝였다. 마음 약해져 “오늘만 특별가”라는 말에 잠시 흔들렸다. 그때 옆 부스에서 들려온 “추가 비용 0원”이라는 목소리가 나를 또 흔들고… 결국, 계약은 다음 날로 미루었으나 마음은 이미 두세 번 질렀다 되돌렸다.

FAQ: 박람회 앞에서 속삭이는 나의 속내 Q&A

Q1. 일정은 어떻게 고르셨어요?

솔직히 말해, SNS에서 ‘벚꽃 에디션’이라는 글귀를 보고 혹했다. 계절감이 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믿었던 터라, 벚꽃이 흩날릴 때쯤 열리는 박람회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사진 배경도 핑크톤, 기분도 핑크톤이었으니 만족!

Q2. 준비 체크리스트는 어디까지?

내 경험상, 드레스·스드메·예식장·하객 관리·신혼여행 다섯 가지만 적어도 1차 필터링이 된다. 그 뒤에 세부 항목을 가지처럼 뻗으면 좋다. 물론 나는 욕심을 못 이겨 장식 꽃병 개수까지 적었지만, 그건 나중에 다시 지웠다. ‘사람은 경험으로 성장한다’는 말을 몸소 증명… 했다고 믿고 싶다.

Q3. 정말 현장에서 계약해야 하나요?

계약은 마음의 속도와 같다. 나는 첫날엔 눈으로만 담고, 집에서 계산기 두드렸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서명했다. 덕분에 충동 결제도 막고, 사은품도 챙겼다. 두 마리 토끼? 잡았다.

Q4. 링크로 미리 정보 보는 게 좋을까요?

물론이다. 나도 출발 전, 웨딩박람회 안내 페이지를 두 번씩 들여다봤다. 사전 등록 쿠폰을 받아 음료 한 잔 공짜로 얻었으니, 온라인 예습은 필수라 말하고 싶다.

Q5. 실패담이 있다면?

초콜릿 시식 코너에서 욕심내다 속이 쓰려, 결국 중요한 드레스 피팅 때 배를 움켜쥐었다. 예비 신랑에게 “괜찮아?”란 말을 다섯 번은 들었으니, TMI이지만 사탕은 적당히.

마무리하듯 흩날리는 메모

돌아오는 길, 가방 속 브로슈어가 달칵 소리를 냈다. 그 작은 울림이 내 심장박동과 겹쳐졌다. 결혼 준비라는 거창한 여정도, 결국 이런 소소한 삐걱임과 웃음이 모여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달력을 넘긴다. 다음 일정? 아직 빈칸이지만 괜히 설렌다. 당신도, 혹시 내 글을 읽고 있다면 묻고 싶다. “당신의 봄은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