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약속을 향해 한 발, 코엑스 웨딩박람회 속으로 걸어들어간 어느 늦은 오후

코엑스 웨딩박람회 준비 가이드

비를 예보하던 하늘이 내 마음처럼 뒤숭숭하던 날이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렸는데, 아… 또 방향을 헷갈려 돌다가 결국 5번 출구로 나왔다. 괜찮아, 천천히 가도 어차피 내 결혼식은 내년에야 열리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코엑스몰의 반짝이는 조명 아래로 발을 들였다. 어딘가 달콤하고도 쌉싸름한 커피 냄새, 준비를 마친 예비부부들의 설렘 어린 속삭임, 그리고 내 심장 박동. 그 한가운데 코엑스 웨딩박람회라는 거대한 축제가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첫 장면을 잊지 못한다. 어쩐지 조금은 벅차올라, 괜히 휴대폰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속으로는 “야… 나 진짜 결혼하나 봐?” 하고 중얼거렸다. 발목이 아파 힐을 벗어 손에 들고 맨발로 몇 걸음 걷던 그 초라한 순간조차, 반짝이는 드레스 조명 아래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달까. 복잡한 마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 이상하지, 사랑은 내내 가벼웠는데 결혼은 이렇게 무겁다니.

장점과 활용 꿀팁, 그리고 문득 떠오른 비밀 메모

1. 한곳에서 다 본다는 편리함

부스가 빼곡히 모여 있어 드레스, 예식장, 스냅촬영, 청첩장까지 한 번에 상담할 수 있다. 사실 나는 한 바퀴 돌다가 지쳤다. 그래서 푹신한 소파에 앉아 부스 지도에 아무렇게나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잠깐 앉았다 가자” 했는데… 놀랍게도 그 무심한 동그라미가 결국 내 계약 리스트가 되었다. 운명은 늘 이렇게 무심결을 가장해 다가오는 걸까?

2. 한정 특가, 그러나 함정도 함께

눈부신 할인에 홀려 덥석 계약서를 잡았다가, 옵션 추가 비용을 뒤늦게 알아채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친구에게 “나 바보 된 거야?” 물었더니, 그녀는 “그래도 그 덕에 더 예쁜 드레스 골랐잖아” 하고 웃었다. 맞아, 모든 선택엔 빛과 그림자가 함께하니까.

3. 미리 챙기면 좋은 작은 것들

편한 신발: 하이힐과 쪼리, 둘 다 챙겼다가 결국 쪼리만 신었다.
간식: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이 긴 상담 시간의 구원.
예산표: 대충이라도 써오면 흥정이 수월하다. 나는 숫자 적다 흰 종이를 커피로 엎질러 얼룩낸 뒤, 그냥 진한 웃음으로 대신했지만.

4. 마음 챙김, 혹은 망설임 관리

내가 배운 가장 큰 팁은 “계약서를 집에 가져가 한 번 더 읽어보기”다. 현장에서 사인을 강권하는 순간, 잠깐만요 한 마디 던질 용기가 필요하다. 그 짧은 한마디가 예산을 구하고, 정신도 구한다. 나? 그날은 그냥 사인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수정 특약 넣느라 다시 전화 돌렸지. 😅

단점, 혹은 빛 뒤의 그림자

1. 지나친 정보의 홍수

예비신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나 뭐가 필요한 거지?” 멍해지는 순간이 온다. 나는 부스마다 받은 브로슈어를 가방에 욱여넣다 끈이 끊어져 난처했다. 덜컥, “결혼 안 할래” 같은 엉뚱한 생각이 스쳤을 정도로.

2. 시간 압박

상담 예약 시간을 놓쳐 다음 타임을 기다리며 40분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남자친구는 “그냥 우리 나가서 떡볶이 먹자” 했다. 그래도 기다렸다. 왜냐면, 언제 또 이런 설렘을 느끼겠어 하면서.

3. 진입 장벽, 마음의 피로도

커플들이 다정히 손을 잡고 있으면 괜히 심장이 쿵 내려앉곤 했다. ‘우린 요즘 자주 싸우는데…’ 하는 밑바닥 불안. 박람회 안엔 화려한 조명뿐 아니라, 각자의 그림자도 드리워지니까.

FAQ, 내가 물어봤고 또 물어볼 것들

Q1. 무료 입장인가요?

A. 대부분 사전등록하면 무료다. 나는 늦게 등록해 현장 결제를 했다. 5,000원이었나? 아직도 영수증을 지갑 속에 넣어둔 채다. 소소한 댓가는 기억을 더 오래 붙잡는다.

Q2. 드레스 피팅도 가능한가요?

A. 현장 피팅은 어렵지만 예약은 가능하다. 나는 욕심이 앞서 드레스 부스에서 돌발 촬영을 시도하다 제지를 당했다. 부끄럽지만, 그 덕에 스텝 언니와 친해져 숨은 스튜디오 정보를 얻었지.

Q3. 혼자 가도 괜찮나요?

A. 물론. 혼자 온 신부, 신랑, 심지어 엄마와 딸 단짝 콤비까지 다양하다. 나는 첫날 혼자, 둘째 날은 예비신랑과 함께 갔다. 혼자의 관찰력과 둘이의 공감력, 둘 다 놓치기 아까운 경험이다.

Q4. 현장에서 계약하면 정말 싸나요?

A. 싸다. 그런데 싼 만큼 조율 범위가 줄어든다. 나는 싸게 계약했지만, 뒤늦게 웨딩슈즈 옵션이 빠진 걸 알고 한참을 시무룩했다. 뭐, 운동화를 신어도 좋으니까 하고 스스로를 달랬다.

Q5. 결혼 준비가 너무 막막한데, 박람회가 답일까요?

A. 절반은 그렇고 절반은 아니다. 박람회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완벽한 해답은 스스로 채워넣어야 한다. 그 퍼즐 맞추기의 설렘 또한 결혼 준비의 일부라면, 멈칫거림조차 아름다운 과정 아닐까?

문득, 당신에게 던지는 작은 질문

혹시 지금, 결혼 준비가 벅차게 느껴지는가. 아니면 아직 사랑이 확신으로 굳어지지 않아 두려운가. 나도 그렇다. 그러니 우리, 잠시 숨 고르며 마음속 다짐을 적어보면 어떨까.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 우리는 그저 우리일 뿐.” 그렇게 한 줄 적어 내려가는 순간, 코엑스 천장에 반사된 수많은 조명이 마치 별빛처럼 내려앉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글을 기억하며 누군가의 손을 잡고 다시 코엑스를 찾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내 작은 실수와 중얼거림까지도 향긋한 추억으로 피어날 거라 믿는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나, 그러나 빛나는 우리. 결혼식이 아닌, 우리의 삶을 위한 준비가 지금도 한 걸음씩 이어지고 있으니까.